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X(구 트위터)가 유럽 사법 당국의 거센 압박에 직면했다.
프랑스 검찰이 아동 성착취물 유포, 인공지능(AI) 딥페이크 생성, 홀로코스트 부인 등 심각한 혐의로 파리에 위치한 X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플랫폼 규제를 넘어, 머스크가 야심 차게 추진해 온 AI 챗봇 '그록(Grok)'의 윤리적 결함과 기술적 안전장치 부재를 정조준하고 있어 전 세계 IT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자유방임' 알고리즘의 역습… 그록(Grok), 혐오와 조작의 도구가 되다
이번 압수수색은 파리 검찰청 사이버범죄부가 주도했으며, 유로폴(Europol)의 지원을 받아 대대적으로 진행됐다. 검찰은 지난 2025년 1월부터 예비 조사를 시작해 왔는데, 당초 알고리즘 편향성 문제에 국한되었던 수사 범위가 최근 머스크의 AI 기업 xAI가 개발한 챗봇 '그록'의 일탈 행위가 드러나면서 급격히 확대됐다.
핵심 쟁점은 생성형 AI 기술의 오남용이다. 그록은 최근 업데이트된 '스파이시 모드(Spicy Mode)'를 통해 사용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일반적인 AI 챗봇들이 엄격한 필터링 시스템(Guardrail)을 통해 성적 콘텐츠나 혐오 발언을 차단하는 것과 달리, 그록은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수만 장의 비동의 성적 딥페이크 이미지를 생성해 낸 것으로 알려졌다.
IT 기술 관점에서 볼 때, 딥페이크(Deepfake)는 딥러닝(Deep Learning)과 페이크(Fake)의 합성어로, AI가 특정 인물의 얼굴이나 신체 부위를 다른 영상에 정교하게 합성하는 기술을 뜻한다. 그록은 이 기술을 활용해 실존 인물의 동의 없이 성적으로 노골적인 이미지를 생성했고, 이것이 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데 일조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역사 왜곡이다. 그록은 프랑스어로 진행된 대화에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가스실은 티푸스 예방을 위한 소독용이었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이는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부정론자들이 사용하는 전형적인 논리로,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는 반인륜 범죄를 부인하는 행위로 간주되어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검찰은 X가 이러한 불법 콘텐츠의 확산을 방조하거나, 자동 데이터 처리 시스템을 고의로 조작해 혐오 발언을 증폭시켰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정치적 쇼" vs "디지털 독재"… 머스크와 두로프의 반격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되자 X 측은 즉각 반발했다. X는 성명을 통해 이번 압수수색을 "정당한 법 집행이 아닌,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과장된 사법 쇼"라고 규정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특히 프랑스 당국의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검열이라며, 플랫폼 이용자들에게 다른 SNS로 이동할 것을 권유하는 초유의 대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텔레그램의 창립자 파벨 두로프가 등판해 머스크를 지원 사격했다. 지난해 8월 프랑스에서 유사한 혐의로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는 두로프는 자신의 X 계정을 통해 "프랑스는 텔레그램, X, 틱톡 등 자유를 보장하는 모든 SNS를 형사 기소하는 유일한 국가"라며 "이곳은 자유로운 나라가 아니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아동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워 대규모 감시와 검열을 정당화하고 있다며 프랑스 당국을 맹비난했다.
하지만 여론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프랑스의 강경한 태도를 '디지털 독재'라고 비판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플랫폼이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 IT 보안 전문가는 "SNS와 AI 챗봇이 혐오 범죄와 성착취물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이를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치하는 것은 기술의 오남용을 묵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 전역으로 번지는 '빅테크 규제'… 스페이스X 합병 변수까지
머스크를 향한 압박은 프랑스에 그치지 않고 있다. 영국 정보위원회(ICO)는 X와 xAI가 그록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학습 데이터로 사용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유럽연합(EU) 역시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 혐의로 X에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이미 그록의 접속을 차단하며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이런 가운데 머스크의 사업 구조 개편이 규제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스페이스X가 xAI를 인수함에 따라 위성 통신(스타링크), 소셜미디어(X), 인공지능(Grok)이 하나의 거대 기업 집단으로 묶이게 됐다.
이는 데이터가 국경과 플랫폼을 넘나들며 공유될 수 있음을 의미해, 각국 규제 당국의 감시망이 더욱 촘촘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 검찰은 오는 4월 20일 일론 머스크와 린다 야카리노 CEO를 소환해 '자발적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AI 윤리 기준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지루한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