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발주한 K에듀파인 고도화 사업에 입찰한 IT서비스 컨소시엄 3곳이 모두 오라클(Oracle)을 핵심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으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은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관리·검색할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로, 공공·금융 시스템 운영의 기반이 되는 핵심 솔루션이다. 해당 사업 규모는 2173억원에 달한다.
통합발주 방식이 부른 오라클 쏠림
KERIS는 핵심 시스템 간 유기적 동작을 이유로 통합발주 방식을 채택했으며, 업계의 상용 소프트웨어 분리발주 요구는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DBMS와 기업 응용 프로그램 통합(EAI) 등 상용 소프트웨어 28종이 하나의 구축사업으로 묶였다. 통합발주 구조에서는 제품 선택권이 사실상 수주를 맡은 IT서비스 기업으로 넘어간다.
IT서비스 기업들은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 확보, 개발 일정 준수, 장애 대응 책임 등을 이유로 이미 익숙한 제품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번 입찰에서 세 개 컨소시엄이 모두 동일하게 오라클을 선택한 배경에도 이런 관행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산 SW가 끼어들 틈이 없는 발주 구조
정부는 국산 소프트웨어 개발과 실증을 지원하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왔지만, 정작 공공 사업에서 채택될 통로는 좁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개념증명(PoC)이나 벤치마크테스트(BMT) 기회조차 얻기 어려운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개념증명은 신기술이나 신제품의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는 절차이며, 벤치마크테스트는 여러 제품의 성능을 비교 평가하는 시험을 뜻한다.
통합발주가 공공 사업에서 일상화될 경우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의 독립적인 제품 역량이 약화되고, 산업 전반의 경쟁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숙경 KAIST 교수는 대형 사업의 통합발주가 대기업만 사업 수행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강화하고, 중소 기업이 공급망 하단으로 편입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과업을 기능 단위로 나누고 여러 사업에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키우는 방향으로 발주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확인할 것
차세대 지방행정공통시스템인 시도새올을 비롯한 주요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서도 발주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다만 KERIS나 관계 부처가 발주 방식 개선과 관련해 구체적인 일정이나 대안을 내놓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통합발주 관행이 다른 공공 사업으로 확산될지, 분리발주 요구가 향후 제도에 반영될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K에듀파인 고도화 사업의 최종 사업자 선정 결과와 각 컨소시엄이 제안한 세부 기술 구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국산 DBMS나 다른 상용 소프트웨어가 이번 사업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지도 불확실한 상태다. 공공 발주 체계 개선을 둘러싼 논의가 실제 제도 변화로 이어질지는 추가로 확인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