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이 기관 자금 유입이라는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는 '토큰 설계의 본질'을 두고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최근 가상자산 운용사 아르카(Arca)의 제프 도먼 최고투자책임자가 시가총액 상위권 자산들의 구조적 결함을 정조준했다.
특히 그는 XRP를 두고 "좋은 토큰 설계의 정반대 사례"라는 전례 없는 혹평을 내놓으며, 현재의 시장 지배력이 기술적 완성도나 경제적 유인 구조와 일치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이러한 비판의 핵심은 블록체인 기술이 창출하는 실제 가치가 개별 토큰의 가격으로 전이되지 못하는 이른바 '가치 포착의 실패'에 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솔라나 등 주요 자산조차 장기적 가치 보존보다 단기 매매에 최적화된 구조를 가졌다는 진단이다.
XRP의 경우 리플 재단이 매년 수십억 개의 물량을 시장에 매도하는 공급 구조와 기업 활동 간의 희박한 연결 고리가 투자 위험을 높이는 결정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질적인 역할 없이 투기적 수요에 의존하는 설계는 결국 산업 전반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한다.
반면 시장의 수급 데이터는 이러한 비판과 정반대의 궤적을 그린다. XRP 현물 ETF의 자산 규모가 최근 11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대규모 고래 투자자들의 매집세 또한 여전히 견고하다.
지지층은 1,000억 개의 고정 공급량과 XRP 레저(XRPL)가 보유한 내장 토큰화 도구, 그리고 국경 간 결제에서 발생하는 실질적인 효용성을 가치 근거로 제시한다. 재단으로부터 독립된 탈중앙화 구조가 확립되었다는 점 또한 이들이 내세우는 강력한 방어 기제다.
결국 가상자산 생태계의 패권은 블랙록과 같은 대형 기관이 주도하는 실물 자산 토큰화(RWA)와 스테이블코인 결제 영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단순한 가격 부양을 넘어 블록체인 네트워크 내에서 경제적 효용을 직접 증명하는 자산만이 살아남는 구조로 재편되는 과정이다.
XRP가 직면한 비판은 특정 자산의 문제를 넘어, 가상자산 산업이 제도권의 엄격한 가치 평가 잣대에 본격적으로 노출되었음을 드러낸다. 향후 실질적인 결제 데이터의 변화량은 이 논쟁의 승패를 가를 종국적인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