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을 잠재울 대안으로 부상한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투자 수단을 넘어 실질적인 거래 매개체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현재의 발행과 유통이 파편화된 기형적인 증권 구조에서 탈피하여 중앙은행의 통제권 안으로 편입되는 화폐의 단일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디지털 경제 체제에서 원화의 글로벌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분석된다.
동국대학교 현정환 교수는 최근의 분석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준비자산을 한국은행에 직접 예치할 수 있는 구조적 결단이 필요함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는 현재 은행 중심의 시각에 매몰된 규제 틀을 화폐 그 자체의 본질적인 위상으로 옮겨와야 한다는 논리다. 영국 영란은행이 비은행 발행자에게도 중앙은행 예치의 길을 열어주며 준비자산의 40%를 직접 관리하려는 움직임은 한국 금융당국이 참고해야 할 주요한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현행 시스템 아래에서 스테이블코인은 가치 안정성이라는 명목과 달리 시장의 신뢰를 온전히 얻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민간 발행자가 보유한 담보 자산의 투명성과 안전성을 중앙은행이 직접 보증하는 체계가 갖춰질 때 비로소 경제 주체들이 일상적인 거래 수단으로 이를 수용할 수 있다. 중앙은행 기반의 교환 플랫폼 구축은 스테이블코인이 지닌 잠재적 위험을 상쇄하면서도 디지털 결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글로벌 금융 시장의 주도권 경쟁 속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 속도는 국가 경제의 디지털 전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기술적 완성도보다 중요한 요소는 결국 신뢰의 기반이 되는 법적 그리고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정책 당국이 전향적인 태도로 화폐 제도의 재정립에 나설 경우 국내 핀테크 산업의 지형도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