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기계적으로 찍어낸 저품질 콘텐츠, 이른바 ‘AI 슬롭(AI slop)’에 대한 대대적인 디지털 정화 작업에 착수했다.
이번 조치로 총 조회수 47억 회에 달하는 거대 채널들이 하루아침에 삭제되거나 콘텐츠가 비공개 처리되는 등 전례 없는 '알고리즘의 숙청'이 진행되고 있다.
동영상 편집 플랫폼 캡윙(Kapwing)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구독자 수가 가장 많은 상위 100개 AI 채널 중 16개가 최근 플랫폼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삭제된 채널들의 합산 구독자 수는 3,500만 명을 상회하며, 이들이 벌어들이는 연간 수익은 약 1,000만 달러(한화 약 144억 원)에 달했던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구독자 590만 명을 보유했던 대형 스토리텔링 채널 ‘Cuentos Fascinantes’와 58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던 종교 관련 채널 ‘Imperio de Jesus’가 이번 칼바람을 피하지 못하고 삭제됐다. 일부 채널은 계정은 유지되었으나 게시된 모든 영상이 삭제되는 강력한 제재를 받았다.
이번 사태의 핵심인 'AI 슬롭'은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로 작성한 허술한 대본에, 저가형 TTS(음성 합성)와 무작위 스톡 이미지를 결합해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 대량 생산한 영상을 의미한다.
유튜브 CEO 닐 모한은 최근 연례 서한을 통해 "무엇이 실제이고 무엇이 AI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스팸 및 클릭베이트 방지 시스템을 고도화해 저품질 콘텐츠를 걸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유튜브는 사람들이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라는 플랫폼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왜곡된 음성이나 허무맹랑한 내용을 담은 기계적 영상들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주목할 점은 이번 조치가 한국 유튜브 시장에 미칠 파장이다. 캡윙의 국가별 인기 채널 분석 결과, 한국은 'AI 슬롭' 콘텐츠의 최대 소비국이자 생산국으로 드러났다.
한국 상위 11개 AI 채널의 누적 조회수는 84억 5,000만 회로 집계되어 2위 파키스탄(53억 4,000만 회), 3위 미국(33억 9,000만 회)을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리고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특히 국내 유명 채널인 ‘3분 지혜’의 경우 단일 채널로 조회수 20억 회를 넘기며 연간 약 58억 원의 광고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짧은 호흡의 정보성 요약 영상이나 명언 모음집 등이 AI 자동화 생산 방식과 맞아떨어지며 거대한 시장을 형성한 것이다.
유튜브 측은 AI 기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드림 스크린' 등 창작자의 편의를 돕는 AI 도구는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번 대규모 삭제 사태는 창작의 보조 도구가 아닌, '스팸 생산 도구'로서의 AI 활용에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확실한 시그널을 시장에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활동 중인 수많은 AI 기반 채널들 역시 콘텐츠의 품질과 독창성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언제든 알고리즘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