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을 불러일으킨 오픈AI가 역설적이게도 AI 봇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는 '인간 전용' 소셜 미디어(SNS) 개발을 비밀리에 추진 중이다.
29일(현지시간) 포브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오픈AI는 현재 10여 명의 개발팀을 꾸려 초기 단계의 소셜 플랫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봇(Bot) 없는 청정구역'을 만드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술적인 구현 방식에 있다. 오픈AI는 사용자가 실제 사람임을 입증해야만 가입하고 활동할 수 있는 '인격 증명(Proof of Personhood)'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단순히 이메일이나 전화번호 인증을 넘어, 생체 정보를 활용해 기계적 접근을 물리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기술은 애플의 '페이스ID'와 샘 알트먼 오픈AI CEO가 공동 창립한 '월드(World, 구 월드코인)' 프로젝트의 핵심 기기인 '오브(Orb)'다.
'오브'는 사용자의 홍채 패턴을 스캔하여 고유한 디지털 신분증(월드 ID)을 생성하는 구체 형태의 기기다. 홍채는 지문보다 위변조가 어렵고 사람마다 패턴이 달라 현존하는 가장 확실한 인간 증명 수단 중 하나로 꼽힌다.

만약 이 기술이 SNS에 접목된다면, 기존 소셜 미디어의 고질병이었던 가계정 생성, 여론 조작, 스팸 광고 봇 등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방어막이 생긴다. 이는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현 X)를 인수한 후 봇 문제 해결을 위해 유료화 정책을 펼쳤음에도 여전히 '가짜 계정'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과 대조를 이룬다. 샘 알트먼 역시 "AI 시대의 인터넷은 점점 더 가짜처럼 느껴진다"며 신뢰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하지만 기술적 혁신 뒤에는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거대한 암초가 존재한다. SNS 가입을 위해 홍채와 같은 민감한 생체 정보를 민간 기업에 넘겨야 한다는 점은 사용자들에게 심리적 거부감을 줄 수 있다. 또한, 데이터 유출 시 변경이 불가능한 생체 정보가 악용될 수 있다는 보안 우려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오픈AI의 새로운 SNS가 어떤 형태의 콘텐츠를 담을지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텍스트 위주의 플랫폼보다는 오픈AI의 강력한 멀티모달 기술이 접목될 가능성을 높게 본다.
텍스트를 입력하면 고품질 영상을 만들어주는 '소라(Sora)'나 이미지 생성 AI '달리(DALL-E)'를 활용해, 인증된 '진짜 사람'들이 AI 도구로 만든 창작물을 공유하는 크리에이티브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메타의 인스타그램이나 틱톡과 직접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AI를 가장 잘 아는 기업이 AI를 배제한 공간을 만든다는 이 아이러니한 프로젝트는 '죽은 인터넷 이론(Dead Internet Theory, 인터넷의 대부분이 봇이라는 음모론)'이 현실화되는 시점에 던지는 중요한 화두다.
과연 오픈AI는 기술의 편리함과 인간의 고유성을 동시에 지키는 새로운 디지털 광장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아니면 프라이버시 논란 속에 또 하나의 실험으로 남을지 전 세계 IT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