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의 심장부인 월가에서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클래리티(CLARITY) 법안'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투자은행 시티(Citi)는 30일(현지시각) 보고서를 통해 해당 법안이 미국 암호화폐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핵심 동력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탈중앙화금융(DeFi)과 스테이블코인 등 기술적 난제들이 입법의 마지막 관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제도화의 열쇠, '클래리티 법안'
현재 미 상원 농업위원회의 문턱을 넘은 클래리티 법안은 디지털자산의 증권성 여부를 명확히 하고, 규제 감독 주체를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중 어디로 할지 교통정리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동안 명확한 기준이 없어 소송전으로 얼룩졌던 시장에 '룰북(Rule Book)'을 제공함으로써 투자자 보호와 기업의 합법적 운영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시티은행은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유입되는 '제도화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인 없는 은행' 디파이, 규제의 딜레마
그러나 법안 통과의 최대 난관은 바로 '디파이(DeFi)'의 정의 문제다. 디파이란 중앙 관리자 없이 블록체인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을 통해 자동으로 대출, 예금, 거래가 이뤄지는 금융 시스템을 말한다. 기존 금융법은 '책임질 사람(중개인)'을 규제하는 방식인데, 디파이는 코드 자체가 중개인 역할을 하므로 규제 대상을 특정하기 어렵다.
시티은행은 "프로토콜 개발자를 규제 대상 서비스 제공자로 분류할 경우, 웹3 생태계와 탈중앙화거래소(DEX)의 혁신이 저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기술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규제가 자칫 산업 전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또 다른 쟁점은 달러 등 실물 자산과 가치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의 보상 구조다. 디지털자산 기업들은 이용자 확보를 위해 스테이블코인 예치 시 이자(리워드)를 지급하는 마케팅을 필수적으로 여긴다. 반면, 전통 은행권은 이를 사실상의 '예금 상품'으로 간주하며, 은행 수준의 엄격한 규제 없이 이자를 주는 것은 규제 차익(Regulatory Arbitrage)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시티는 이에 대해 "기간 한정 수익률 제공이나 대체 인센티브 구조 도입 등 양측이 납득할 만한 절충안이 도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HSBC "합리적 타협 가능성"... 시장은 낙관론 우세
한편, HSBC 역시 이번 주 보고서를 통해 법안 논의가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가 "설익은 나쁜 법안보다는 차라리 법이 없는 게 낫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는 합리적인 규제 프레임워크가 필수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토큰화 증권(Security Token) 시장 역시 기존 금융 인프라와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통해 혁신과 안정성을 동시에 잡는 방향으로 나아갈 전망이다. 월가는 이제 규제의 '여부'가 아닌 '디테일'에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