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의사 출신 벤처캐피털리스트이자 의료 AI 기업 '루닛'을 발굴해낸 문여정 IMM인베스트먼트 전무가 비만 치료제 시장의 미래를 이같이 진단했다.
최근 이재명 정부의 '국민성장펀드' 민간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그는, 현재의 비만 치료제 열풍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거대한 산업적 패러다임의 전환점에 서 있다고 분석했다.
'의지 박약'이 아닌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시장의 재정의
문 전무는 현재 비만 시장의 성장세를 비아그라의 등장 시점과 비교했다. 비아그라 출시 전까지 발기부전이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묵인되던 증상이었으나 약물의 등장과 함께 거대한 '해피 드럭(Happy Drug)' 시장이 형성된 것처럼, 비만 역시 '게으름의 소산'에서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인식이 급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베링거인겔하임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사활을 걸고 이 시장에 뛰어드는 근본적인 이유다. 실제로 화이자 CEO는 최근 "비아그라 이후 최대 시장이 될 것"이라며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하기도 했다.
주사기에서 알약으로... IT·바이오 기술의 융합
현재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일라이릴리(마운자로)와 노보노디스크(위고비)의 경쟁은 단순한 약효 대결을 넘어 '제형(Dosage Form) 기술'과 '물류 혁신'으로 확장되고 있다.
문 전무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주사제 형태인 GLP-1 계열 치료제는 생산과 유통에서 명확한 기술적 병목(Bottle-neck) 현상을 겪고 있다.
특히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는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주사기 제조 공정과 엄격한 '콜드체인(저온 유통 체계)' 유지 비용이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에 대한 기술적 해법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경구용(먹는) 치료제'다. 주사 바늘에 대한 공포를 없애고 상온 보관 및 유통이 가능한 알약 형태는 바이오 기술과 제조 공정의 혁신이 필수적이다.
일라이릴리는 초기 감량은 주사제로, 유지 관리는 경구약으로 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노보노디스크는 투약 주기를 1개월 이상으로 늘리는 장기 지속형 제형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 미세 공정 경쟁처럼, 바이오 산업에서도 제형 변경 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음을 시사한다.
특허 절벽과 금리 인하... K-바이오의 골든타임
문 전무는 올해부터 시작되는 위고비의 국가별 특허 만료가 국내 제약사들에게 결정적인 모멘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허가 만료되면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출시가 가능해져, 제조 역량이 뛰어난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 도래와 맞물려 바이오 섹터가 반도체의 뒤를 잇는 주도 업종이 될 것"이라며, 제네릭 시장 선점과 신약 개발 능력을 갖춘 기업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올해 주목할 만한 신진 바이오 기업으로 표적 단백질 분해(TPD) 기술을 보유한 오름테라퓨틱, RNA 간섭(RNAi) 기술의 올릭스, 내시경용 지혈재 등 혁신 의료기기 기업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을 꼽았다. 비만 치료제가 촉발한 나비효과가 플랫폼 기술과 신약 개발 기업 전반으로 온기를 확산시키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