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기업의 수익을 극대화할 것이란 맹목적인 믿음이 최근 'AI가 오히려 기존 산업을 파괴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공포로 바뀌며 월가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AI 디스럽션' 공포 여진… 기존 산업 수익성 갉아먹나
최근 증시를 억누르는 가장 큰 화두는 'AI 디스럽션(AI Disruption·파괴)'입니다. 이는 AI 기술이 기존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나 수익 구조를 붕괴시키는 현상을 뜻합니다.
IT 기술적 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특정 업무를 위해 수십 개의 값비싼 소프트웨어를 구독하고 대규모 인력을 고용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똘똘한 'AI 에이전트' 하나가 이 모든 과정을 통폐합해 무료 혹은 저렴한 비용으로 처리하게 되면서, 기존 소프트웨어(SaaS) 기업이나 서비스 업체들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가 순식간에 증발할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돈을 버는 속도보다 AI가 기존 시장의 파이를 파괴하는 속도가 더 빠를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든 주된 원인입니다.
"그래도 기술주가 미래"… 낙폭 과대 인식에 저가 매수 유입
이러한 짙은 불안감 속에서도 이날 시장의 하방을 단단하게 지지한 것은 이른바 '스마트 머니'의 저가 매수 유입이었습니다. 며칠간 기술주 중심의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기업의 실제 가치 대비 주가가 지나치게 많이 빠졌다는 공감대가 월가 내부에 형성된 것입니다.
시장은 혁신 기술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장기적인 기술 성장성 사이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비록 일부 기존 산업이 타격을 입더라도, 생산성 향상이라는 거대한 메가트렌드 자체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신뢰가 나스닥 지수를 소폭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인프라 구축 다음은 실적 장세… "단기 변동성 견뎌야"
전문가들은 현재의 증시 상황을 AI 혁명의 '과도기적 성장통'으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데이터센터를 짓고 고가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사들이는 '인프라 구축기'이기 때문에 투자 대비 수익률(ROI)에 대한 의구심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입니다.
월가의 한 투자 전략가는 "과거 인터넷 보급 초기에도 기존 산업 붕괴에 대한 공포가 팽배했지만 결국 새로운 생태계가 더 큰 부를 창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인프라 구축이 일정 궤도에 오르고 이를 활용한 실질적인 AI 서비스들이 대중화되는 시점부터는 본격적인 '실적 장세'가 펼쳐질 것이란 분석입니다.
당분간 단기적인 변동성과 옥석 가리기는 피할 수 없겠지만, 긴 호흡으로 시장의 펀더멘털을 주시해야 할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