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의 절대 강자 엔비디아(Nvidia)가 사상 처음으로 연간 매출 2,000억 달러의 벽을 돌파했다. 시장 일각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던 'AI 고점론'과 거품 우려를 압도적인 실적으로 잠재운 것이다. 다만, 천문학적인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주식 시장의 반응은 다소 차분했다. AI 인프라에 대한 빅테크 기업들의 과잉 투자 우려가 겹치면서, 투자자들은 환호성 대신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첫 2,000억 달러 돌파… 숫자로 증명한 'AI 거품론'의 허상
27일 글로벌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2026 회계연도 4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681억 달러(약 90조 원)의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이 내놓은 시장 예상치를 가볍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수익성이다.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을 발행한 총 주식 수로 나누어 1주당 창출한 이익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주당순이익(EPS)'은 1.62달러를 기록하며 시장의 눈높이를 충족시켰다. 이로써 엔비디아는 연간 누적 매출액 2,000억 달러 돌파라는 IT 역사상 전례 없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번 실적은 시장에 팽배했던 불안감을 씻어내는 강력한 증명서 역할을 했다. 그동안 월가에서는 AI 칩 수요가 정점을 찍고 곧 꺾일 것이라는 '피크아웃(Peak-out)' 우려가 존재했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들이 여전히 자사의 칩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음을 뚜렷한 숫자로 증명해 냈다.
실적 대박에도 주가는 1.5% 상승 그쳐… 월가 짓누르는 '과잉 투자' 경계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 시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실적 발표 직후 이어진 시간외 거래(애프터마켓)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약 1.5% 상승하는 데 그쳤다. 과거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발표할 때마다 주가가 10% 이상 폭등하며 시장을 열광시키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IT 금융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과잉 투자'에 대한 경계감에서 찾고 있다. 고객사인 대형 빅테크 기업들이 AI 서버 구축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이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만한 확실한 수익 모델(비즈니스 모델)을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월가의 발목을 잡았다. 인프라 투자가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한계에 부딪히면, 결국 엔비디아의 칩 주문도 끊길 수 있다는 꼬리 위험(Tail Risk)이 주가 상승을 억누른 것이다.
결국 엔비디아의 무서운 질주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반도체 자체의 성능을 넘어, 칩을 사 간 기업들이 AI로 얼마나 실제적인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느냐에 달렸다. 2026년 글로벌 자본 시장은 맹목적인 기대를 거두고, 냉정한 수익률 검증의 시간으로 돌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