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전면적인 군사 충돌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원자재 및 금융 시장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이란 공습 작전을 수주 간 이어가겠다고 공식화함에 따라, 중동 지역의 원유 공급망 마비 우려가 현실화되며 국제 유가가 단숨에 10% 이상 폭등했다. 잊혀가던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드는 가운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는 그야말로 얇은 살얼음판 위를 걷는 극심한 변동성 장세에 직면했다.
'장기전' 선언에 폭등한 국제유가… 글로벌 인플레 망령 되살아나나
3일 글로벌 상품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이란 1,250여 곳 정밀 타격 소식이 전해진 직후 글로벌 원유 시장의 주요 지표인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일제히 두 자릿수(10% 이상)의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원유는 전 세계 모든 산업을 돌아가게 만드는 '경제의 혈액'이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폭발하면서, 당장 내일 공장이 쓸 기름을 구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공포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유가가 치솟으면 공장의 생산 비용과 선박, 항공의 물류비용이 도미노처럼 오르게 된다. 이는 곧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직결되어, 간신히 물가를 잡고 금리를 내리려던 각국 중앙은행들의 통화 정책 구상을 완전히 산산조각 낼 수 있는 치명적인 뇌관이다.
살얼음판 걷는 아시아 증시… 외국인 자금 이탈에 변동성 최고조
이러한 에너지 충격은 아시아 주식 시장에 즉각적인 패닉 셀링(공황 매도)을 불러왔다. 특히 한국의 코스피, 일본의 닛케이, 대만의 가권 지수 등 제조업과 수출 중심의 아시아 주요 증시들은 대외 악재에 가장 취약한 구조를 띠고 있다.
전쟁이라는 짙은 안갯속에서 외국인 대형 기관 투자자들은 신흥국 주식이라는 '위험 자산'을 가장 먼저 내다 팔고, 달러나 금 같은 '안전 자산'으로 자금을 대피시키고 있다. 하루에도 지수가 수십 포인트씩 오르내리는 극심한 널뛰기(변동성) 장세가 연출되며, 시장 참여자들의 투자 심리는 극도로 위축된 상태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한국 경제 '비상등'… 수출 기업 원가 부담 눈덩이
특히 국가 경제의 에너지를 100% 가까이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에게 이번 유가 폭등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실존적 위협이다.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 한국을 먹여 살리는 주력 수출 산업들은 막대한 전력과 원자재를 소비한다.
국제 유가가 높은 수준에 머물게 되면, 물건을 팔아도 남는 게 줄어드는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수입 물가가 치솟아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커지면 원화 가치가 떨어져(환율 상승) 경제 전반의 체력이 급격히 소진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군사 행동이 중동의 모래바람을 일으키면서, 2026년 봄 한국 경제와 주식 시장은 복합 위기라는 매서운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