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금 가격이 맥을 못 추는 기이한 장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26일 오전 원자재 시장에서 금 현물은 전 거래일 대비 0.85% 밀려난 온스당 4,526.94달러를 기록하며 이틀간의 반등분을 상당 부분 반납했습니다.
이러한 하락세는 이란전쟁 종전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날 선 입장 차이와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미국 측이 전쟁 종식을 위한 15개 항의 제안을 전달하며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으나 이란은 이를 전면 거부하고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이 포함된 자체 조건을 내세우며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특히 평화 협상 이면에 수천 명의 미군 병력이 중동으로 전격 배치되면서 시장은 실제 지상전 발발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입니다. 외교적 수사보다는 실질적인 병력 이동 지표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며 원자재 가격 하방 압력을 가하는 양상입니다.
전통적으로 금은 유가와 동행하는 경향을 보여왔으나 최근에는 오히려 정반대의 흐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유가의 고공행진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자극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하 대신 동결이나 추가 인상을 선택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입니다.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인 금의 입장에서는 고금리 기조의 유지가 보유 기회비용을 높여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지난 1월 이후 금 가격은 한 달 만에 약 15%가량 빠지며 약세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쟁 발발 직후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던 시점보다 오히려 현재의 장기화된 대치 정국이 시장에 더 큰 피로감을 주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거시 경제 지표와 전쟁 양상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상황에서 자금 흐름은 보다 확실한 수익을 보장하는 달러나 고금리 채권으로 옮겨가는 추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