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26'이 열리고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글로벌 통신 산업의 거대한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과거 음성과 데이터를 실어 나르던 '단순 망 공급자'에 머물렀던 통신사들이, 이제는 인공지능(AI)을 구동하는 핵심 뼈대인 'AI 데이터센터(AIDC)'와 '서비스형 GPU(GPUaaS)' 시장으로의 진출을 공식화했다.
데이터 통로에서 지능의 심장으로… 통신업계 덮친 'The IQ Era'
2일 통신 및 IT 업계에 따르면, 이번 MWC 전시의 핵심 화두는 통신 기술이 단순한 연결을 넘어 지능형 인프라로 진화하는 이른바 'The IQ Era(지능의 시대)'다.
전 세계적인 AI 열풍 속에서 모든 기업이 자사의 서비스에 인공지능을 접목하려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AI를 제대로 굴리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과 슈퍼컴퓨터급 데이터센터가 필수적이다. 이미 전국 방방곡곡에 거대한 통신국사와 안정적인 전력망, 해저 케이블망을 보유하고 있는 통신사들이 이 거대한 하드웨어 인프라 시장의 새로운 지배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비싼 엔비디아 칩, 사지 말고 빌려 쓰세요"… SKT '해인' 출격
한국의 통신사들 역시 이 거대한 흐름의 최전선에 서 있다. 대표적으로 SK텔레콤은 이번 전시에서 고성능 GPU 클러스터인 '해인(Haein)'과 'K-소버린 GPUaaS' 솔루션을 전격 공개하며 글로벌 무대에 출사표를 던졌다.
IT 기술적 관점에서 'GPUaaS(GPU as a Service)'는 렌터카 비즈니스와 유사하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개당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엔비디아의 최신 AI 반도체(GPU)를 직접 구매해 서버실을 꾸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통신사가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이 고가의 칩들을 잔뜩 모아놓은 거대한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뒤, 필요한 기업들에게 클라우드 형태로 연산 능력(컴퓨팅 파워)을 쪼개어 빌려주고 매월 사용료를 받는 구조다.
공부(학습)보다 실전(추론)에 베팅하다… 확실한 수익 모델 정조준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통신사들이 타깃으로 삼은 세부 시장이다. SK텔레콤을 비롯한 통신사들은 AI에게 방대한 지식을 집어넣는 '학습(Training)' 시장보다는, 똑똑해진 AI를 실제 서비스에 투입해 고객의 질문에 답을 내놓는 '추론(Inference)'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초거대 모델을 처음부터 학습시키는 것은 오픈AI나 구글 같은 글로벌 빅테크들의 영역이지만, 완성된 AI를 은행 앱, 배달 앱, 고객센터 등에 심어 24시간 실시간으로 굴려야 하는 '추론' 인프라의 수요는 전 세계 모든 산업군에 걸쳐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통신사들은 가장 수요가 많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실용주의적 비즈니스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막대한 투자비 회수(ROI)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있다. 네트워크 망을 깔던 통신사들이 2026년, 글로벌 AI 생태계의 든든한 밑거름으로 완벽하게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