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본 시장이 이란발 지정학적 위기라는 거대한 파고를 넘지 못하고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 달간 지속된 전운은 코스피 지수를 오천칠백 선까지 끌어내렸으며 상장 종목 열 개 중 일곱 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유례없는 하락장을 연출했다.
특히 전체 종목의 삼십 퍼센트가 오십이 주 신저가를 경신했다는 사실은 시장의 펀더멘털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음을 나타내는 뼈아픈 지표로 작용한다.
표면적인 휴전 합의가 도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실질적인 통제권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이란 당국이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수를 하루 열다섯 척 이하로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과 물류 체계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가중되는 추세다. 이는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국내 수출 기업들의 제조 원가 상승을 압박하며 실적 악화라는 공포를 현실로 구체화한다.
전쟁의 여파는 단순히 주가 하락에 그치지 않고 자산 시장 전반의 체질을 보수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안전 자산으로의 급격한 자금 쏠림 현상은 증시 유동성을 고갈시켰고 하이테크 제조사들의 설비 투자 지연을 야기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호르무즈라는 좁은 길목에 갇힌 한국 경제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구조적 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전히 소멸하지 않는 한 국내 증시의 유의미한 반등을 기대하기는 이른 시점으로 보인다. 물류 제한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핵심 부품의 운송비 부담이 고착화되어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 대외 변수가 시장의 향방을 결정짓는 절대적 요소가 되면서 향후 외교적 협상 결과에 따라 자본 시장의 복구 속도가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