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자동차 제조업체라는 정체성을 스스로 지우는 결정을 내렸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제철·현대로템 5개 계열사가 24일 일제히 공시를 통해 부동산 법인 'HMG퓨처콤플렉스'에 총 7조3281억 원을 출자한다고 밝혔다.
추가 계열사 출자를 포함하면 총 투자 규모는 8조 원에 이른다. 2030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올해 5월부터 5년간 분납 방식으로 집행된다.
거점 입지는 서울 송파구 복정역 인근이다. 지하철 8호선과 분당선이 교차하는 교통 요충지로, 강남권과 인접한 이 지역은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이 선호하는 주거·업무 환경을 갖췄다. 현대차그룹 연구 인력이 화성 남양연구소, 판교 AVP본부, 의왕 등지에 분산돼 있어 채용 경쟁력 저하가 오랜 과제였다는 점에서 입지 선택 자체가 전략이다.
이 거점의 역할은 단순 사무공간이 아니다. AI·로봇·ICT·소프트웨어에 특화된 연구 인력을 집결시켜 그룹 차원의 SDV 전환을 단일 지휘 체계 아래 끌어가는 컨트롤타워로 기획됐다. 판교 AVP본부의 자율주행 인력도 이곳으로 합류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올해 SDV 페이스카를 완성하고 내년부터 양산 단계에 진입한다는 계획을 공개한 상태다. 테슬라 등 경쟁사 대비 자율주행 기술이 뒤처졌다는 시장의 평가를 뒤집기 위해 속도를 높여야 하는 국면이다. 복정동 연구단지는 그 반전을 위한 물리적 기반이 된다.
국내 테크 생태계 파급력도 무시하기 어렵다. 총사업비 10조 원 규모의 복정역세권 복합개발이 병행되며 판교·위례를 잇는 수도권 남부 첨단 산업벨트 형성이 가속화될 수 있다. 이 거점이 실제로 소프트웨어 인재 집적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2030년 이후의 숙제로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