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암호화폐를 국경 간 무역 결제 수단으로 공식화했다.
푸틴 대통령은 관련 법안에 서명했고, 2024년 9월 1일부터 암호화폐를 통한 무역 결제가 법적으로 허용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SWIFT에서 차단된 러시아 은행들이 위안화 결제마저 막히자, 모스크바는 탈중앙화 자산으로 눈을 돌렸다.
그 결과물이 루블 연동 스테이블코인 A7A5다. 키르기스스탄에 등록된 이 토큰은 제재 대상 러시아 기업들의 수출입 결제 통로로 기능하며, 불과 1년 미만 동안 930억 달러 이상의 거래를 처리했다.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2025년 제재 회피에 활용된 암호화폐 규모는 전년 대비 약 8배 증가한 1040억 달러에 달했다. 스테이블코인이 전체 불법 암호화폐 거래량의 84%를 점유하고 있다.
서방도 손을 놓지 않았다. EU는 20번째 제재 패키지를 통해 2026년 5월 24일부터 러시아에 등록된 암호화폐 서비스와의 모든 거래를 금지했다. A7A5도 제재 명단에 올랐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결제 흐름이 EU 규제가 닿지 않는 아시아·중동으로 이미 경로를 바꾸고 있다고 분석한다. 제재 강화가 오히려 러시아의 독자 결제 시스템 구축을 가속하는 역설이 작동 중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더리움 등 공개 블록체인에서 디지털 금융 자산의 유통을 허용하는 방안을 2026년 여름 입법화할 계획이다. 루블 스테이블코인 공식 도입도 검토 중이다.
이 흐름이 고착화되면 달러·유로 기반 글로벌 결제 시스템과 암호화폐 기반 대안 결제망의 분단이 더 뚜렷해질 수 있다. 어느 쪽이 더 넓은 시장을 흡수하게 될지는 지정학적 판세와 맞물려 아직 열린 변수로 남는다.

